adliu7309 님의 블로그
일본의 드립커피 - 삐딱하게 바라보기 본문
“정성의 문화, 그늘의 기준” – 일본 드립커피 문화에 대한 이중적 평가
일본의 드립커피 문화는 단연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방울의 물줄기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커피 한 잔을 내리는 일에 장인의 삶을 담는 그 태도는 커피를 단순한 기호식품 이상의 **'의식(ritual)'**로 승화시켰다. 이 철저한 완성도와 형식미는 세계 각지 커피 애호가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많은 브랜드들이 ‘일본식 드립’을 자사의 철학으로 차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엄격함과 이상화된 완벽주의는 동시에 커피를 어렵고 폐쇄적인 문화로 만들어버리는 한계도 낳았다.
커피는 이렇게 마셔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
한국은 일본의 커피 문화, 특히 드립 분야에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다. 일본식 드립의 형식과 철학은 한국 커피계의 초창기 ‘교과서’처럼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많은 카페와 로스터들이 그 영향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 "핸드드립은 느려야 한다"
- "일정한 물줄기를 유지해야 한다"
- "하리오 드리퍼가 기본이다"
- "수율과 추출 시간은 이렇게 맞춰야 한다" 는 식의 ‘정답화된 추출법’이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커피를 자유롭게 즐기려는 사람들에게는 무언의 부담이 되었다.
결국 "드립커피를 잘 내려야 진짜 커피를 아는 사람"이라는 식의 평가 기준이 자리 잡으며, 커피는 취향의 문제라는 본질이 흐려지게 된 거다.
커피는 '조리법'이다 –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커피는 식사의 마무리로 간결하게 즐겨지는 것이며,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가 삶의 일부다. 미국에서는 대용량 드립이 일상이고, 베트남에서는 연유와 함께 달콤하게 마신다. 어느 것도 틀린 방식은 없다.
즉, 커피는 나라와 사람마다 **다양한 조리법(추출법)**과 개성 있는 감상법이 존재하는 하나의 음식 문화다.
일본의 드립 문화가 보여준 깊이와 정성은 분명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모든 나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 잣대가 될 수는 없다.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일본의 커피 문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러나 그 문화가 가져온 **'기준의 표준화'**는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정성껏 드립하지 않아도 괜찮아",
"커피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기면 되는 거야"라는 자유로운 소비자 인식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일본식 드립은 **하나의 ‘멋진 스타일’**일 뿐, ‘단 하나의 옳은 방법’은 아니다.
'☕커피세상, 쉬어가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립커피의 시초-메리타(멜리타) (1) | 2025.04.17 |
---|---|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쌉쌀한 커피가 인기인 이유 (1) | 2025.04.16 |
일본의 드립커피 들여다보기 (0) | 2025.04.09 |
드립방법 비교 - 하리오vs칼리타 (0) | 2025.04.08 |
칼리타 드리퍼 - 대표적인 전문가들 (2) | 2025.04.03 |